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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브로콜리 펀치 - 이유리

환상인 듯 아닌 듯

환상 같지만 너무도 현실 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쓰인 이유리작가님의 브로콜리 펀치 다

여러 단편들을 모아서 편집한 내용인데 이게 맞나? 싶다가도

읽다 보면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죽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얼마뒤에 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밖으로 나가자, 산책을 나가자

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나갔다가

자기와 같이 벤치에 앉아서 화분을 가지고 산책을 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남자가 산책시키는 화분이 남자의 어머니였다는 것

여자와 같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화분에 심었다는 것

그리고 각각 화분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들이 서로 말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남자와 여자는 서로 만나게 되고

화분 안의 어머니와 아버지도서로 얽히게 된다

그리고는 말한다

우리 결혼하기로 했다

딸과 아들은 그렇게 하시라고 두 분 뜻을 따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화분에서 열매가 맺고 ( 어머니의 잎사귀게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열매가 똑 떨어진다

그 열매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너희 동생이니 너희가 마음대로 하렴

하고 하셔서 그 열매를 잘 씻어다가 두 동강 내어서 나눠먹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여자는 꿈을 꾸는데 붉은색 공을 쫓아다니다가

그 공을 잡고 꿈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이 꿈 이야기를 남자에게 했더니

근데 그거 태몽 아니야?

하고 이야기가 끝난다

 

또 다른 이야기

자고 일어났더니 한 손이 브로콜리로 변했다는 남자친구

남자친구는 복싱선수였다

왜 손이 브로콜리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병원에 데리고 가본다

병원에서는

음.. 잘 쉬시고 광합성을 제한하는 약을 드릴 테니 푹 쉬세로 그럼 나으실 겁니다라고 한다

여자는 자기와 친하게 지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

했더니 할아버지께서 남자친구가 마음에 짐이 많구먼

하고 내일 시간 내서 넷이 같이 등산을 가자고 한다

등산 가서 브로콜리로 변한 손을 더 빨리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노인의 말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일단 한번 믿어보라고

다음날 여자와 남자친구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넷이서 등산을 가게 된다

산 위에 오르자 할아버지는 대뜸 절벽 끝으로 가서 자리를 깔고

남자친구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한다

남자친구가 주저주저 하자 할머니 일단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한다

자기가 기르던 앵무새가 먼저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말자야 내가 너한테 욕한 것도 진심이 아니었구 때린 것도 진심이 아니었다~~~

미안하고 곧 다시 만나자!!!"

하고 말이다

할머니의 외침이 끝나고 남자친구가 나선다

할 줄 아는 노래가 없다는 남자친구는 소리를 빽 지르고선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속이 후련해졌다고 한다

넷은 할머니가 싸 온 간식들을 모두 먹고 나서 헤어진다

집에 와서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무슨 마음에 짐 같은 거 있어? 뭔데? 말해봐

남자친구가 말한다

나 사실 복싱을 좋아하지 않아

상대방을 곤죽으로 만들어서 쓰러트리는 상상을 하는 게 힘들어

상대방도 열심히 운동하는 복싱선수인데 오히려 좋아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상대방을 이길 수 없어서 , 상대방을 미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고

그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아 그렇게 힘들었구나

그래서 손이 브로콜리가 되었구나

 

남자친구는 결국 여자친구에게 말한다

나 복싱 그만두려고

 

짧은 소설들이 이렇게 좋은데

긴 소설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유리 작가님의 장편소설도 읽었으면 좋겠다

 



브로콜리 펀치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구병모(소설가) 이상하고 웃긴 동시에 잘 다듬어진 소설, 다 본 뒤에도 그게 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이야기 박솔뫼(소설가)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리의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낯선 상상력과 활달한 문체”가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은 데뷔작 「빨간 열매」와 2021년 ‘올해의 문제소설’ 「치즈 달과 비스코티」를 포함해 ‘이유리 유니버스’를 알리는 8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미 여러 기획에서 이유리의 이름을 눈여겨봤을 것이다. 데뷔 후 작가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을 부지런히 발표해왔다. 『브로콜리 펀치』에서 이유리는 일상에 초자연적 사건과 비일상적 존재가 불쑥 침범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를 소개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것을 환대하는 인물들로 인해 환상과 현실은 밀착되어 분리할 수 없게 된다. 잔뜩 심드렁하지만 알고 보면 살짝 다정한 사람들이 깊이 억눌리고 엉킨 서로 마음의 매듭을 끊어주는 이야기들. “텍스트를 읽는다는 게 힘들고 마음을 먹어야 되는 일인데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브로콜리 펀치』의 탐스러운 소설들을 입안에 넣고 굴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복합적인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유리가 그려내는 환상에, 그 자체로 이미 리얼리티를 획득한 세계에 우리는 이미 매료되었다. […] 지금-여기를 적나라하게 재현하는 한국 문학에 대한 통감으로 조금은 지친 마음을 안고 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다시 한번 소설을 사랑할 수 있는 달달한 각성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정(문학평론가)
저자
이유리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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